레몬은 시다.
그렇다면 시는 레몬이 될 수 있을까
매끈하면서도 오돌토돌한
뾰족하면서도 둥그스름한
단단함 속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.
불면증에 좋다던데, 한 번 시도해 볼까
갑자기 잠들어버리면 어쩌지
난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
두려워 맛보길 포기한 나
꼭지에 코를 대본다.
향이 잘 전해지지 않자 다른 쪽으로 코를 돌려본다.
오렌지 향이 나자 뒤늦게 유자 향이 쫓아왔다
어쩌면 탱자 향일지도 모른다.
부러움이 날 에워쌌다
질투심도 거들었다
넌 좋겠다
수분도, 비타민도 많아서
부럽다. 유용해서
치즈에도 음료수에도, 또 음식에도.
다이어트에선 선두 주자까지…
에계, 꽃도 피우네
애매한 너의 색마저도 마음에 딱 안착하네
나도 레몬으로 태어나야지
신맛과 쓴맛으로 사람들도 놀려줘야지
레몬이 말했다.
“달콤한 내가 되면 날 더 찾아줄까요
어쩌면 내 쓸모가 사라지나요
그렇다면 지금의 난 내가 좋아요.”
난 해답했다
그래, 그래 넌 지금이 으뜸이야
너의 향기마저 변치 말아 줘
날 놀려도 좋아
기꺼이 널 받을게
앞으로도 널 찾을게
나에게도 향기를 뽐내주렴
PS 널 안고 자면 나에게도 향이 옮을까
그렇다면 잠에 들 수 있을 텐데.